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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상황실 당직자 2명도 기소…‘꼬리 자르기’ 1년 만에

위험을 예견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한 혐의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재판에 넘겨졌다.참사 당일 112상황실 관리·감독 등 당직상황 관리 업무를 총괄했던 류미진 총경과 서울청 112상황팀장이었던 정 경정은 압사 관련 112 신고가 쏟아지는데도 뒤늦게 서울청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해 참사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검찰은 이날, 참사 직후인 11월2~4일 서울청 소속 경찰관들에게 핼러윈 대비 관련 자료 1개를 삭제하게 한 혐의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을 추가 기소했다.

검찰, 김광호 무혐의 ‘3단 논법’ 주장했지만…심의위 기소 의견 수용

검찰이 이태원 참사 관련 피의자 중 최고위급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처분을 1년간 끌다가 ‘늑장 기소'한 데는 김 청장의 ‘구체적인 주의의무’ 인정을 둘러싸고 검찰 내부의 이견이 정리되지 않았던 탓이 컸다.검찰 수사팀을 끝까지 불기소를 주장했지만, 결국 수사심의위원회가 기소를 권고하고서야 ‘기소'로 마무리됐다.19일 검찰과 유족 대리인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은 ‘김 청장의 구체적 주의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 15일 열린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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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희 과잉 제압’ 논란…대통령실, 사과 없이 책임전가

대통령경호처가 행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을 힘으로 제압하며 제기된 ‘과잉 경호’ 논란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대통령실이 야당에 사과하는 대신 현장 영상을 공개하며 책임을 떠넘기면서 정쟁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와 강성희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실이 ‘강성희 의원이 손을 놓지 않고 소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강 의원은 악수를 가볍게 나누고 손을 놓은 것"이라며 “대통령실이 지속적으로 거짓 변명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기류에…민주 “비정함 선택한 대가 치를 것”

국회가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19일 정부로 이송했다.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명분을 줄이려는 조처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진상조사 자체에 반대하면서 피해자·유족 보상 중심의 특별법이 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대통령실은 재의요구권 행사 시점을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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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휴가론 부족…아이 못 낳는 노동환경 손대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4월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저출생 대책 모두 출생률을 높이는 데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김선혜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은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 공약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여성 관련 정책이 출산밖에 없다는 정부의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짚었다.그는 그 근거로 “저출생 대책으로 출산 휴가도 언급했는데, 이를 관장하는 고용노동부를 흡수·통합하겠다고는 하지 않느냐"며 “여가부가 해야 하는 성평등 관련 업무는 없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대책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옥 입단속에도…당내 들끓는 “김건희 명품백 사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김건희 리스크'를 두고, 4월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한 위원장은 대통령실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도입도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다.문제는,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이후 여론이 더욱 나빠졌고, 당 안에선 윤 대통령 부부의 사과 등 한 위원장이 제시한 제도적 보완 장치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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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북-러 군사협력 예상 밖, 북한 위협 극적으로 바뀔 수도”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으로 북한이 가하는 위협이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관계자가 밝혔다.중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탄도미사일 발사는 방관하지만 핵실험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을 기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그는 하지만 북한이 장기적으로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가만이 진실 말한다”…정부 호실적 발표해도, 상하이지수 ‘바닥’

중국 정부가 지난해 5.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양호한 경제성적을 거뒀다고 선전하지만, 중국 대표 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4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 반응은 차갑다.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밝히면 처벌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일부 누리꾼은 “주가만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중국 당국이 2023년 경제성장률이 목표치였던 ‘5% 안팎'인 5.2% 달성했다고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18일 중국 증권 시장 대표 주가지수인 ‘상하이 종합지수'는 장중 한때 2020년 4월 이래 최저치인 2760대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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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 5호선 김포·검단 연장노선 ‘조정안’ 제시…인천 “수용 불가”

정부가 인천시와 경기 김포시가 갈등을 빚어온 서울 도시철도 5호선 김포·검단 연장 노선과 관련해 인천 검단새도시에 2개, 김포에 7개 역을 두는 조정안을 제시했다.강범석 인천 서구청장도 이날 “지역 주민을 위한 노선이 아닌 정치적 이익에 따라 역사 위치와 노선이 결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주민들을 설득할 만한 타당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했다. 반면에 김병수 김포시장은 “김포시 안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 “면서도 “예타면제 등 5호선 김포 연장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서두르겠다.조정안을 존중하고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대광위는 다음달까지 지자체 주관으로 지역 주민 등 의견수렴을 거치고, 5월께 김포·검단 연장 사업을 ‘제4차 광역교통시행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조정안에 대한 인천시와 김포시의 타당성 분석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희업 대광위 위원장은 “인천과 김포가 완전히 합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조정안에 대한 두 지자체의 대승적인 수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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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거슬리는 말 했다고, 국회의원 입 막고 끌고 나가다니

윤석열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야당 국회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한 뒤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외치다 대통령 경호원에 의해 입이 틀어막히고 팔다리가 들려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가는 일이 벌어졌다.그러나 대통령실이 제공한 영상을 보더라도 강 의원과 윤 대통령이 접촉한 시간은 매우 짧고, 강 의원이 인위적인 물리력을 행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경호원들이 제압에 나선 시점도 이미 윤 대통령이 강 의원을 지나 다른 참석자 3명과 잇따라 악수를 나누는 상황에서였다.

[사설] 이태원 특별법도 거부권 방침, 유족들 삭발까지 하게 만드나

이태원 참사 유가족 11명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즉시 공포를 요구하며 삭발했다.이 밖에 조사위원회가 특검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는 등 여당 쪽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해 수정됐다.특별법 제정에 아무런 성의도 보이지 않던 국민의힘이 이제 와서 재협상을 제안하는 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뒷받침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 비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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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반전을 노리며

지난 두달 동안 한겨레 이슈팀은 ‘도파민 인류'를 쫓았습니다.영유아부터 초·중·고등학생, 직장인, 주부, 노인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에 중독된 ‘호모 아딕투스’ 90명을 찾아 그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일일이 확인하고 하루 일과, 중독 양태 등을 취재했습니다.취재를 해보니 10대 이후 스마트폰을 접한 성인들과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된 ‘알파 세대'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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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우주를 그려내려는 인간의 꿈, 우주만큼 놀라웠네

라이트는 우주가 여러 개의 은하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최초로 표출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미국의 작가이자 예술가, 전시 기획자인 마이클 벤슨의 책 ‘코스미그래픽'은 양피지 그림에서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 그래픽까지 시각 이미지 300여점을 통해 우주에 관한 인류 사유의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지은이 자신은 이 책이 “온전히 주관적인 조사의 결과"라며 겸손을 표하지만, 여기 수집된 다채로운 이미지들은 우주의 수수께끼만큼이나 인간의 지성과 상상력 역시 놀랍고 감탄스럽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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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클림트 그림 속 ‘생물학적 코드’를 찾아서

‘키스'에서 시작하는 인간 발생의 비밀 유임주 지음 l 한겨레출판 l 2만원 뇌에 기억이 저장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던 신경과학자 에릭 캔델은 ‘통찰의 시대'에서 흥미로운 주장을 내놓는다.간단히 요약하면,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을 이루고 이것이 세포분열을 해 ‘오디배'에 이르는 인간 발생 첫 3일 동안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유임주의 첫 책 ‘클림트를 해부하다'는 바로 이 논문을 토대로 삼아 과학과 예술이 깊은 상호작용을 벌인 ‘빈 모더니즘'의 시대와 그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새로 얻은 생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의 생로병사를 그려내려 했던 클림트의 작품 세계 등을 두루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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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박자로 ‘밀당’을 한다…더 친해지고 싶어서

타이밍과 끌림에 관하여 이미경 지음 l 곰출판 l 1만7000원 그룹 퀸의 노래 ‘위 윌 록 유'에서 ‘쿵 쿵 딱'이 되풀이되면 이에 맞춰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친다.지은이는 이런 동조가 어떤 원인-결과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만추'임을 강조하고, 그 중심에는 아마도 공감을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려는 본능이 있을 거라고 본다.박자를 맞춰 행동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 이외에는 앵무새, 바다사자 등 극소수라 한다.

[책&생각] 약국 안에 책방 있어요, 재미를 찾는 책방!

위 글들은 ‘아직독립못한책방’, 줄여서 ‘아독방'과 함께하는 손님들이 직접 쓴 아독방 소개다.요즘 책을 읽을 때 “재미"가 없다는 사람이 많다.책을 읽어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쓸데없이 건실한 생각까지 나아가면 더욱 그렇다.

[시인의 마을] 후박나무 밑의 사랑

시인의 마을] 후박나무 밑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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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나의 종교는 반항”이라, 국가가 버렸던 이슬람 작가

고전 반열에 선 장편소설 ‘단순한 과거'와 이를 첫 작품으로 프랑스에 내놓았던 모로코 작가 드리스 슈라이비.작품도 작가도 국내에 소개된 바 없다.81살 나이로 눈을 감았을 때,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모로코 문학을 현대화한 이"로 그를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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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제대로 듣지 못함을 인정하니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

이문영 지음 l 위즈덤하우스 l 1만7500원 물체의 진동으로 생긴 음파가 귀청을 울려 우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그는 “제대로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만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며 “사실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믿는 대로 듣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소리는 단순해지고, 세상은 완강해졌다"고 말한다.조이섶의 상실된 감각을 기반 삼아 ‘들음'에 대한 묵직한 성찰을 길어올리는 이 소설은 “알아듣지 못하면 이명"이 될 뿐인 소리를 끈질기게 듣자고 권유하는 듯 이렇게 매듭짓는다. "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할 테니 잘 들어요. " 서로의 삶을 상상하고,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책&생각] 사막 행성에도 예쁜 동화는 ‘당근’ 피어나고

18세기 영국 소설 ‘오만과 편견'의 한 장면을 보고 있으면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도 각각 따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지금 여기의 모습이 새삼 서글프게 느껴진다.인간이 가까이 있는 ‘진짜’ 인간에게서 떨어져 나가 핸드폰 속 머나먼 누군가에게 몰두하게 만든 것은 통신기술의 발전 때문일까, 자본주의 때문일까.‘당근 마켓'은 통신기술과 자본주의가 낳은 최신식 물품 거래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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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가치다신주의 시대에 학자·정치인에게 필요한 윤리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비롯해 수많은 저술로 현대 학문에 심원한 영향을 준 독일 사회학자다.두 강연에서 베버는 자신의 시대 인식을 바탕에 깔고 ‘과학이라는 직업'과 ‘정치라는 직업'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한다.베버의 시대 인식은 ‘탈주술화'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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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기술문명 위기에 새로 읽는 ‘기술 담론의 역사’

기술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시대에 ‘기술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철학적 물음은 불가피해 보인다.기술철학 연구자 문종만 성균관대 하이브리드미래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쓴 ‘테크놀로지'는 부제가 가리키는 대로 ‘고대에서 현대까지 기술에 대한 철학적 답변의 역사'를 꿰는 저작이다.이때의 역사는 시작부터 기술을 물음의 대상으로 삼았고 그 물음의 천착을 통해 근대 기술문명을 이루어낸 서양의 역사다.

[책&생각] 종교와 물질만능주의를 넘어서는 행복의 길

이성적이고 냉정하며 객관적이고 궁극에는 수학적 공식으로 만물의 이치를 풀어내는 과학이 어떻게 우리 삶을 위안해 줄 수 있을까.장대익은 과학은 그 모든 것을 탐구하고, 여기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간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주어서라고 답한다.이명현은 과학적 지식은 세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삶과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게 해주는데, 그 덕에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나갈 수 있게 해주어서라고 말한다.

1월 19일 학술지성 새 책

임영호 옮김 l 컬처룩 l 2만8000원.기후재난은 결국 그걸 겪는 사람들의 ‘사는 문제'이고, 우리 사회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재난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한다.환경과공해연구회 창립 멤버로 환경운동을 해온 이수경이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더 깊숙이 침투하는 기후변화의 현장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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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산부인과 의사도 임신·출산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산부인과 의사가 저자인데 제목은 ‘출산의 배신'이다.임신·출산·육아라는 ‘재생산’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기 전, 저자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억울함과 배신감의 원인이 ‘정보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의학적 지식과 각종 경험이 풍부한 자신은 ‘재생산’ 과정에서 당황하지도 않고, 억울함이나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책&생각] 히가시노 게이고의 ‘노력’이 출판시장에 던지는 메시지

지난해 일본 오리콘 차트의 문고본 판매 부문 1위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녹나무의 파수꾼'이었다.그는 스노보드 대회를 후원하는 이유에 대해, 스노보드를 제재로 삼은 책 4종의 판매량이 300만부 이상이어서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경제주간지 인터뷰에서 밝혔다.행사를 후원하는 것은 스노보드 인구를 소설 독자로 만드는 일종의 “장사"이며, 100만부 팔린 소설조차 일본 인구의 100분의 1도 안 읽은 셈이니 작가의 노력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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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 앓는 동물들, 사람과 다를 바 없더라 [책&생각]

동물들은 한때 전시동물, 실험동물, 사역동물로 학대나 불안을 경험했거나 혹은 아예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갖가지 강박장애, 우울증, 불안증을 겪고 있었다.지은이는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평범한 생각에서 출발해, 생명체가 겪는 감정적 문제는 인간이나 비인간동물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범한 통찰'로 나아간다.애초에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향정신성 의약품 대부분이 20세기 중반 동물실험을 통해 만들어졌고, 인간의 불안을 이해하기 위한 행동 실험도 동물에게 먼저 시행되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책&생각] 영국이 수출 금지했을 정도로 귀한, 세상을 바꾼 ‘이것’

리벳과 나사, 볼트 등으로 발전한 이 부품 덕분에 우리는 선박을 건조하고 자물쇠와 시계를 만들며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다.기원전 3400년 이전 이집트에서 쓰인 최초의 청동 못, 영국 정부가 식민지 아메리카로 못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할 정도로 못이 귀했던 시절,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볼트 하나가 이층버스 한 대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도자기를 빚는 물레에 쓰고자 발명된 바퀴는 인류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꿔 놓았다.

[책&생각] 오징어 몸통 속 투명한 ‘검’의 비밀

두족류라는 이름은 몰라도 두족류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다만, 두족류가 품은 오랜 비밀을 잘 알지 못했다.그러나 이 껍데기에 부력이 생기면서 오징어와 같이 신체 내부에 가느다란 껍데기가 있는 두족류로 변신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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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유신 시대, 서러운 글쓰기…“자유는 신음 아래 영근다”

한겨레 문학 담당 기자의 청으로 여는 이 글은 여든 너머의 그 손떨림처럼 반세기 전의 수선스러운 시절을 향한 회상으로 어깃장 놓는 내 마음을 다독거리며 젊은 시절의 안타까움을 되찾아가게 한다.한국 문학 50년의 야사적 기록이 ‘유신'의 풍성한 이미지로 옮겨가던 일은 그런 내면의 움직임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그럼에도 나는, 대학에서 전공하지 못한 우리 문학의 그 역사를 공부할 수 있었고 1960~70년대의 지식과 의식의 한계를 그 식민 시대의 문학적 상상력이 보인 자유를 향한 열망과 창조에의 집념으로 신문 독자들에게 전해드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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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자연 위 찬란한 예술꽃…걷고 보고 즐기며 [ESC]

작품 안내원 임미지씨는 “폐기물이 없던 시절을 상기시키는, 환경의 중요성을 담은 작품"이라고 했다.작가 최수앙과 도마도마식당이 공동 제작한 ‘플루리버스: 여러 세계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세상’, 외계 행성 조형물 같은 ‘소통의 통로’ 등 19개 작품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강릉과 평창에 차려진 이 전시는 겨울청소년올림픽이 폐막하는 2월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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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처에 바다·숲·꽃…‘이른 봄’ 찾아 떠나는 여행 [ESC]

제주 특유의 색감을 지닌 이국적인 바다와 더불어 야생의 초원을 생각나게 하는 독특한 이곳은 가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진한 감동이 있다.산방산에 가면 유채꽃이 예전에는 제주 유채꽃 피는 시기가 3~5월로 정해져 있었지만, 최근엔 품종 개량 및 파종 시기 조정으로 11월부터 5월까지 유채꽃을 볼 수 있게 되었다.때 이른 봄꽃 여행은 1월의 제주부터 시작된다.

45면

길 없는 이국의 험한 산, 정글도 휘두르며 전진 [ESC]

카장산은 해발 1038m의 티오만 최고봉이다.티오만은 말레이시아 반도의 남동부 해안에 흩어져 있는 64개 화산섬 중 유일하게 산이 많은 섬인데 그중 가장 높은 산이 바로 카장산이다.우리가 티오만에 들어오던 날 배의 갑판 위에서 바라본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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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에 대하여 [ESC]

‘피어 블러섬 하이웨이 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영국의 팝아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표적인 사진 콜라주 작품 중 하나다.대상을 여러 번의 사진으로 찍고 콜라주로 만들어 마치 모자이크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독특한 화법으로, 사진 콜라주는 호크니의 전형적인 작업 방식이다. ' 피어블러섬 하이웨이'에는 800 장이 넘는 사진을 통해 시점과 공간을 고민하며 하나의 시점이 아닌 다수의 눈, 정지된 눈이 아니라 움직이는 눈으로 세상을 보려는 작가의 탐구 정신이 담겼다.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곳을 보는 시각적 관찰이 담긴 이 작품은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수백개의 관점으로 훌륭한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