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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 같은 골목, 굴속 같은 부엌’ 지나온 시인…할매 언니들이 꽉 안아줬다
“나는 광덕에 와서야 비로소 시인이 됐다"고 김해자는 말했다.맹 보살이 어느 오후 김해자에게 전화했다.여느 농사꾼들처럼 제때 고추를 빻지 못했을 시인을 알기에 하는 부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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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 없다’ ‘남용할 권한 없다’…사법농단 정점 ‘양승태’ 전부 무죄
‘사법농단’ 사태의 정점에 서 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에서 검찰이 기소한 47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법원은 사법농단 행위가 있었지만, 이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의 범죄 행위이고 양 전 대법원장은 이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양 전 대법원장은 애초 재판에 개입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권한을 남용할 수도 없다는 기존 ‘사법농단 무죄’ 논리도 반복됐다.
5년 걸린 1심 277차례 재판…‘법 기술자’ 지연전략에 끌려다닌 법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재판은 재판 진행부터 선고까지 모든 장면이 이례적이었다.선고 4시간을 넘긴 오후 6시20분께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 등 법원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를 위해 각종 재판에 부당 개입, 사법행정을 비판한 법관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인사상 불이익 준 혐의 등 총 47개 범죄사실로 2019년 2월11일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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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공격한 14살…“연예인 보러 미용실 대기하다가 범행”
지난 25일 서울 강남 한가운데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습격한 피의자가 만 14살 중학생으로 확인된 가운데, 경찰은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경찰 조사에서 ㄱ군은 ‘연예인을 보려고 자주 다니는 미용실에서 대기하다가 배 의원을 만나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사건 당일 배 의원의 일정이 공개된 공식 일정이 아닌 개인 일정이었다는 점과 ㄱ 군의 진술을 종합하면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범죄일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경찰은 계획범죄 등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총선 앞 지역구 돌아야 하는데”…잇단 피습에 불안한 여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20여일 만에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 사건이 발생하자, 정치권은 일제히 정치인에 대한 폭력 행위를 규탄하고, 모방범죄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발생한 배 의원 피습을 두고 “국민의 대표인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국민에 대한 테러와 다름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오섭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6일 전했다.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사한 범죄, 모방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경찰의 경호라든지 경비 대책이 선거운동 기간에 제한돼 있는데, 이 기간 조금 더 앞에서부터 경찰이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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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부정평가 63%…국힘 지지층 89% “한동훈 잘한다” [갤럽]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를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대립 국면 뒤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부정 평가가 63%로, 일주일 전보다 5%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한국갤럽이 2012년부터 여야 대표들의 역할 수행 평가를 해온 이래 가장 후한 평가를 받았던 2012년 3월 당시의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흡사한 수준이다.한국갤럽은 “중도층과 무당층은 약 70%가 윤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한 위원장에 대해서는 긍·부정이 각각 40% 내외로 엇비슷하게 갈렸다"고 분석했다.
KBS 시사기획 창, ‘윤비어천가’…엑스포 실패 잊고 ‘순방외교’ 찬사 만발
한국방송의 간판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시사기획 창’ ‘원팀 대한민국, 세계를 품다'편을 두고 시청자위원회에서 “노골적인 정권 홍보 방송"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최 부장의 해명을 들은 최 위원장은 “시청자들이 방송을 본 뒤 거부감을 느끼고 격하게 표출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시사기획 창'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원팀'은 본방송을 포함해 다시보기로 7∼8번 봤다. 정말 객관적이고 사심 없이 보려고 노력했으나 이것은 케이티브이에나 나올 그런 것이지, 케이비에스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한국방송본부 노조는 다음 공정방송위원회 회의에서 ‘원팀'의 제작 경위·과정 등에 대해 사 쪽을 상대로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KBS, ‘임명동의’ 없이 보도국장 임명…공정방송 장치 해체 본격화
한국방송이 대표적인 공정방송 보장 장치 중 하나인 임명동의제를 무시한 채 통합뉴스룸국장과 시사제작국장 등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 책임자에 대한 인사를 강행했다.회사 쪽이 일방적으로 임명동의제 무력화를 공식화하고 나서자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한국방송본부 노조는 회사 쪽의 주요 보직자 인사발령과 관련해 “임명동의제는 케이비에스에만 있는 제도가 아니라 많은 언론사가 실시하고 있는,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적인 인사가 보도 책임자로 올 수 있게끔 만든 제도"라며 “케이비에스의 편성규약, 단체협약을 위반하면서 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명된 인사에 대해 바로잡기 위해 본부는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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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쪽 “북한, 몇달 내 한국에 치명적 공격 가능성”
미국의 민간 전문가들이 북한의 전쟁 개시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미국 정부 쪽에서도 북한이 몇달 안에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뉴욕타임스는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북한이 몇달 안에 한국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고 25일 보도했다.이 관계자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는 한국을 압박해온 기존의 패턴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법재판소, 이스라엘에 “집단학살 방지 조처 취하라”
유엔 국제사법재판소가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제노사이드를 막을 수 있는 모든 조처를 강구하고 인도주의적 구호물품 반입을 허용하라고 이스라엘에 명령했다.남아공은 당시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 즉각 중단'도 요구했지만, 국제사법재판소는 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국제사법재판소의 임시조처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일종의 가처분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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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정부 과장에 속지 마세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27일부터 5명 이상 일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1월 26일 제정돼 준비 기간을 거쳐 이듬해 1월27일 우선 5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됐다.5인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2년간 유예 뒤 올해 27일부터 법을 적용키로 했다.
[단독] 경찰 위법 수사 논란 ‘대학로 특수협박범’ 1심서 무죄
흉기를 들고 행인들을 위협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60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경찰 수사 과정에서 ㄱ씨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된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 1015명이 그의 불구속 수사를 바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씨 변호인은 “ㄱ씨가 장애인이며 형제복지원 피해자라는 사실, 뇌경색 투병 등을 고려해 양형에 반영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서 판사는 " 피고인이 욕설하면서 길을 내려오고 있어 보게 되었는데 피고인이 칼을 들고 있었고, 피고인이 자신뿐 아니라 다른 특정한 사람을 향해서 욕을 하거나 말을 거는 느낌이 아니라 혼잣말로 큰 소리로 ‘죽여버리겠다’, ‘개××야’ 등의 욕설을 하였다고 진술했다.
오수연씨 별세: 김현경 통일방송연구소장) 영민 영관씨 모친, 홍순철 상무)씨 장모, 정혜림 장희정씨 시모=26일 오후 12시 서울아산병원.발인 28일 오전 8시 15분.신경식씨 별세: 유순례씨 남편, 은정 은영 민호씨 부친, 김성미씨 시부, 김병수 윤현식씨 장인=26일 오전 3시55분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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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농단’ 양승태 47개 혐의 모두 무죄 내린 ‘제 식구 재판’
사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됐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무죄를 선고받았다.또 ‘사법행정권자는 재판에 관해선 애초 감독 권한이 없기에 재판 개입을 했더라도 직권남용죄의 전제인 직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도 반복됐다.그렇다면 재판 개입이 드러나도 형사 처벌은 안 되고 국회의 탄핵을 통해서만 단죄할 수 있게 된다.
[사설] 미 당국자들 “북한 몇달 내 공격”, 정부는 어떤 대비 하고 있나
미국 전문가들의 ‘한반도 전쟁설'에 이어 미 정부 당국자들도 북한이 몇달 안에 한국을 겨냥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얼마 전에는 미국 내 최고의 북한 전문가로 꼽히는 로버트 칼린과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김정은이 전쟁을 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며 “한반도 상황은 1950년 6월 초 이래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고 경고한 것을 계기로 북한의 위협을 진지하게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이 한반도에서 의도적으로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기는 하지만, 올해 북한이 위험한 국지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본다.
[사설] 수도권 과밀·재원 대책 없이 재탕 발표한 총선용 GTX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25일 발표한 광역급행철도 에이·비·시 노선 연장과 디·이·에프 노선 신설안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후보자 윤석열의 교통 공약에 담겼던 내용이다.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는 이번 정부 발표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출퇴근 시간을 30분으로 단축하겠다'며 지티엑스 노선 연장과 신설을 약속했다.하지만 이 공약은 대통령 당선 뒤 발표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는 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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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거부권 신기록’ 온다…이태원 유족 1만5900배 뚫고
지난 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통과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은 오는 30일 국무회의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여권은 대통령의 거부권이 “여소야대 국면에선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항변하지만 이태원 특별법을 두고는 어느 때보다 고심하는 속내가 보인다.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가족 문제로 얽혀 있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이어, 희생자가 다수 발생한 이태원 특별법에 연달아 거부권을 쓴다면 ‘불통'과 ‘독선’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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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 넘어선 테일러 스위프트…‘테일러노믹스’ 비밀은?
2011년 아시아 투어에 나섰던 미국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싱가포르·한국·일본·필리핀·홍콩 등 각국에서의 이동 과정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스위프트가 데뷔 당시에는 기성세대가 좋아하는 컨트리 음악과 또래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노랫말로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끌었다"며 “이후 팝으로 전향한 5집 이후로는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팝 음악과 진솔하고 내밀한 가사로 동시대의 아이콘에 등극했다"고 짚었다.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챗지피티 3.5도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기 이유로 “다양한 음악 스타일과 장르”, “가사의 진실성과 공감”, “팬들과의 소통”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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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카메라의 시선이 관음증적으로 라미란/덕희를 관찰하고 있다기보다, 카메라가 그 자리에 있다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는 라미란/덕희가 그립을 잡고 놓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그리고 이는 작품의 메시지를 완성하는 형식적 요소가 된다.개인에게 몰아치는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는 강단 있는 인물 덕희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 라미란의 신체는 무기력한 피사체가 되기를 거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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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선산’…허술한 서사에 무속 끼얹는다고 ‘오컬트’ 되나
거두절미 결론부터 말하자면, 넷플릭스 ‘선산'은 오컬트 장르 드라마가 아니다.작품 전편에 흐르는 음산하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는 근친상간에서 비롯한 가족사의 비극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일 뿐, 오컬트 장르와 상관없다.만약 연상호 감독이 기획하고 제작한 ‘선산'을 통해 한국적 오컬트 장르물을 만날 수 있다고 홍보했다면, 시청자를 기망한 것이나 다름없다.
북미권 인기, 일본서 애니 제작…K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일본이 낳고 한국이 키워서 세계로 나가는 케이팝 아이돌은 이제 수없이 많다.여기, 한국이 낳아서 미국이 크게 키우고 일본이 소환한 작품이 있다.우리의 메가 히트 지식재산권 ‘나 혼자만 레벨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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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유튜버가 보여준 르완다…인종대학살 겪은 나라 맞아?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는 여행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렸다.중앙아프리카 국가들을 위임통치하기 시작한 벨기에는 르완다 부족을 계급으로 나누었다.유목 부족인 소수 투치족을 지배계급으로, 농경 부족인 다수 후투족을 피지배계급으로 만들어 차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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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가 여러 사람의 뒤를 캐고 음모를 퍼뜨려서 동영상의 조회수를 늘리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신념이 있었는지, 밥벌이인지는 몰랐지만 그가 한 일 때문에 고통받은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어디서 들은 이야기에 추측을 더해, 매운맛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유포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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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리 자신을 ‘인류'라고 여긴다.브라질 남동부 도시강 유역 크레나키인의 땅에서 태어난 원주민운동가 아이우통 크레나키는 종말을 피하거나 막는 것이 아니라, 단지 “늦추는” 일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세계의 종말을 늦추기 위한 아마존의 목소리'는 아이우통 크레나키의 강연 세 편을 모은 1부, 크레나키의 생각들에 대한 브라질 인류학자 에두아르두 비베이루스 지카스트루, 프랑스 철학자 장크리스토프 고다르, 한국 정치철학자 박이대승의 글이 담긴 2부, 원주민의 ‘역-인류학’ 관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글들이 담긴 3부로 이뤄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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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에스엔에스에 ‘반도체의 철학'을 테마로 한 풍자가 돌았습니다.문학·역사·철학 등 이른바 ‘비인기’ 분야의 전공자가 줄어들면 어쩌냐는 우려에, 인문학도 ‘융합교육'을 해야 한다며 “‘철학과 인공지능 융합’, ‘철학과 반도체’ 같은 과목을 개설해 대응하면 된다"는 교육부의 대답이 여러 사람들을 헛웃음 짓게 만든 모양입니다.반도체가 문사철 분야의 연구 주제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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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암울한 시대, 서경식이 호명하는 ‘선한 아메리카’
‘디아스포라’ 지식인 서경식의 책을 30년 동안 만들어온 일본 고분켄 출판사의 편집자 마나베 가오루는 서 작가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다.흔히 예술 작품에 대한 생각을 풀어가는 에세이는 작품에 대한 작가의 감상이나 예술가의 삶에 대해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그러나 이 책은 독특하게도 세 단위의 시간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작가 자신의 개인사와 미국 및 세계정세에 대한 통찰, 예술에 대한 감상이 한데 어우러져 색다른 ‘글맛'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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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돌봄청정기’ 말고 ‘돌봄인지감수성’이 절실
책&생각] ‘돌봄청정기’ 말고 ‘돌봄인지감수성'이 절실
[책&생각] 온갖 새 이야기가 날아든다…도시 ‘1호’ 새 책방
‘1년 동안 우리 아파트에서 새를 관찰하면 과연 몇 종의 새를 만날 수 있을까?’ 하고 혼자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가 몇 달 만에 30종이 넘는 새를 관찰하면서 언니와 엄마 맹순씨가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되었고, 새를 보고 기록하는 프로젝트 그룹인 ‘아파트 탐조단'을 만들면서 전국 아파트에 사는 분들과 함께 기록을 하고 있다.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아파트에서 탐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갔고, 그 이듬해인 2021년 자연스럽게 도시 탐조를 주제로 한 국내1호 탐조 전문 책방을 열었다.탐조책방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탐조를 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주는 탐조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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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좋은 걸 주기 전 끝낼 수 없다는 단편”의 리얼리티
아니다, 주인공들은 여전히 빙판 위에 있기 때문이다.빙판을 지치며, 자아를 찾아 오리무중 기꺼이 더 미끄러져 가는 테레사를, 독자를 작가는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다.발표된 적 없는 작품 ‘올드 레이디 버드’ 역시, 관계 ‘계산'에 실패해 붕괴되어도 좋을 여성 영우가―마치 다른 소설처럼―자아를 찾아가고 안전을 스스로 구축해가는 2막의 여정을 내딛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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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가르치는 작가도, ‘합평 낭인’도 “계속 쓰겠다는 각오”의 증거
창작 전문 교육기관 수강생의 습작 가운데 우수 작품을 선발해 1:1 코칭 강습비와 함께 단행본 기회를 줬다.“무언가 실패한 자리에서 시작된다"고 설명된 이지혜씨의 시 ‘날짜를 떼어내 모퉁이에 심었다’ 일부다.이 작품을 아울러 긴 호흡의 시를 특징으로 하는 이씨는 202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등단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책&생각] 나는 오소리가, 수달이, 여우가, 바로 사람이 되어보려 한다
한권의 책이 엄청나게 웃기면서도 성스러울 수 있을까?‘그럼, 동물이 되어보자'가 그런 책이다.오소리, 여우, 사슴, 수달, 칼새가 되어보는 실험을.
1930년대 대중 작가 김말봉의 데뷔작 ‘망명녀'와 이 소설에서 ‘남자의 여자'가 아닌 ‘시대의 동지'로서 제 희생을 자처하는 주인공 순애에게 못다 한 삶을 부여하는 당대 작가 박솔뫼의 ‘기도를 위하여’ 등이 묶였다.이승학 옮김 l 섬과달 l 2만1000원.장·단편, 시, 에세이 따위 형식 너머 ‘이야기'의 지평을 확장해온 소설가·번역가 리디아 데이비스의 ‘에세이 1'에서 글쓰기 관련 대목만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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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혁명은 프랑스혁명과 함께 근대 민주주의 체제 성립과 확산에 가장 중요한 모델을 제공한 정치적 변혁으로 꼽힌다.이런 발상의 연장선에서 나오는 것이 ‘작은 공화국의 직접민주제'보다 ‘큰 공화국의 대의민주제'가 더 낫다는 주장이다.직접민주제로 운영되는 작은 나라에서는 특정 당파가 다수파가 돼 소수를 억압할 가능성이 크지만, 큰 나라에서는 이럴 가능성이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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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미국에 병적으로 매달리는 일본…한국은 어떨까? [책&생각]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일본인 학자들이 이런 물음을 물었다.이런 식으로 미국인의 정신세계로 들어간 두 사람은 기독교의 예정설과 프래그머티즘의 실용성을 동력으로 삼아 흥성한 미국 자본주의를 고찰하고, 이어 미국에서 왜 인종차별이 사라지지 않는지, 왜 사회주의가 널리 퍼지지 않았는지를 캐어묻는다.결론에 이르러 두 사람은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으로 ‘왜 우리는 미국-일본 관계에 속박되는가?‘를 묻는다.
이는 김일성, 김정일 이래 북한이 일관되게 지켜왔던 ‘우리민족제일주의'라는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의 원칙에 대한 폐기 선언에 다름 아니다.마치 박찬욱 감독의 2022년 영화 제목처럼 이제 북한은 남측과 ‘헤어질 결심'을 굳혔고, 이로써 “남북관계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로 치닫는 중이다.완전한 붕괴는 아닐지라도 근본적으로 새로운 국면이 닥쳐오는 상황에서 정욱식 선생이 지난해 펴낸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는 이 문제에 대해 귀한 성찰과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시칠리아에서 시작해 남부-로마-북부로 이어지며 그리스 식민도시 시절부터 중세 이탈리아까지 현장의 가이드처럼 속속들이 이야기해준다.조현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신탁 콤플렉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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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전위란 스타일 아닌, 도발할 용기와 욕먹을 각오
“강둑에 불 지르고 ‘이것이 예술이다’ ‘'. 1970년 4월22일 치 주간경향 기사 제목이다. 그달 11일 서울 뚝섬 근처 살곶이다리 옆 강둑에서 펼쳐진 한국 최초의 대지예술 ‘현상에서 흔적으로'를 다룬 기사였다. 이 작품을 선보인 이는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김구림. ‘김구림, 끝장과 앞장의 예술'은 사건과 논란으로 점철된 그의 미술 인생을 한눈에 보여주는 안내서다. 경향신문에서 미술 담당 기자를 역임한 김종목이 주인공과의 밀착 인터뷰를 바탕으로 썼다.현장을 취재한 기자는 김구림에게 전위예술이란 어떤 것인가, 생활은 어떻게 하는가 같은 질문에 이어 ‘혹시 병원에 가서 정신감정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란 질문으로 속내를 내비친다.기성 화단과 언론의 외면 속에 당시 김구림의 작업을 가십성 기사로나마 취급해 준 것은 주간경향과 선데이서울 같은 흥미 위주 대중 잡지들뿐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새벽 소대장 자신이 소녀를 막사로 데려와 입을 틀어막고 강간하고, 아침에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소녀의 막사에서 병사들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결국 소대장은 소녀를 진지 밖으로 데려가 사살하고 땅에 묻는다.소설의 1부가 진행되는 내내 소대장이 가장 신경 쓰는 대상은 피해자 소녀가 아니라 사막의 벌레에게 물린 뒤 염증과 통증이 심해지는 자신의 다리 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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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이 곧 빛이었다"는 성경 구절은 적어도 영화사에서는 사실이 아니다.지은이는 이 셋을 엄밀히 구별하고, 이 책에선 필름을 가능케 한 ‘영화'의 미천한 탄생과 성장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지은이는 유성영화의 등장부터 1980년대까지를 다룬 후속작도 쓰고 있다.
[책&생각] ‘여자에게 좋은 직업’ 뒤에 도사린 억압들
누군가 당신에게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 뭐냐고 묻는다면, 무엇이 떠오르나.그리고 10년 차에 신문기자를 그만둔 이슬기와 함께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을 찾아 나섰다.책은 교사, 간호, 항공사 승무원, 방송작가 등 ‘여초’ 직업군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했던 여성 32명의 이야기를 담은 ‘본격 여초 직업 르포르타주'다.
19년 전 밀양에서 일어났던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이 우리나라 에너지 정의와 탈핵 운동 역사의 중대한 이정표라는 말에는 조금의 과장도 없다.내 집과 땅에 대한 걱정에서 출발했던 사람들이 ‘나랏일'을 앞세운 국가와 자본의 폭력을 경험하면서 자기 삶의 지평을 이웃과 생명, 미래 세대로까지 넓힌 ‘밀양 할매'가 되었다.지은이는 ‘밀양 할매'는 추억담이나 실패담 따위가 아니며, 언젠가 세상을 바꿔낼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연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흑인 페미니스트 사상가인 벨 훅스의 대표작 7권을 여성주의교육연구소 ‘페페연구소’ 책읽기 모임에서 7명이 함께 읽고 그의 사유 세계 전반을 탐험했다.샘 햄은 이 책에서 청중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위해 해설자의 의도된 기획과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구체적 방법을 소개한다.교육 컨설턴트인 최선남, 이미진씨가 미국 공립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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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마법의 특효약 ‘꾀병’, 대신 아주 가끔만 쓰세요
이제 꾀병이 다시 특효약이 될 때다.출판사는 “아주 가끔 꾀병이 통할 때면, 공부 안 하고 당당히 놀 수 있다는 기쁨과 함께 관심을 갖고 돌봐주는 어른들의 다정함에 마음이 한껏 더 따뜻해지곤 한다"고 소개했다.어른도 함께 읽다 보면 가끔 꾀병에 속아 넘어가 주며 상대를 토닥여 주는 너그러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이별이 가장 가슴이 저릴까 묻는 게 부질없지만 내게는 표제작인 ‘잘 헤어졌어'가 가장 아팠다.무려 7년이나 매일같이 꼭 붙어 지낸 민채와 아진이가 헤어진다.더 정확히 말하면 ‘헤어질까 두려운 마음'이 불러온 이별에 관한 이야기다.
두 아이를 키운 이영림 작가는 등원길에 아이의 호기심을 채워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아이의 관점과 엄마의 입장을 모두 담아 이 책을 쓰고 그렸다.‘용암 바다'와 ‘버섯 동산'을 건너는 엄마와 아이 모습에 미소가 지어진다.온종일 책을 먹어 대는 아기 도깨미 얌얌이가 동화책 세계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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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싹쓱싹 뽀드득’ 청소의 희열…쓸고 닦아 호텔 같은 내 집 [ESC]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1년을 시작하는 새해.묵은때를 벗기고 집과 마음을 새롭게 해주는 청소와 잘 어울리는 시기다.유씨는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밖에서 들여온 먼지를 청소하고, 바닥을 보송보송하게 닦은 다음 샤워까지 마치고 실내복으로 갈아입으면 집에서도 호텔처럼 쾌적하게 쉴 수 있다"며 “청소는 가성비 좋은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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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라졌지만…몸 부딪치며 커가는 아이들 [ESC]
내가 어렸을 땐 주로 골목길에서 놀았다.피곤해서 잠든 아이를 보면서 ‘어느새 이만큼이나 자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엄마와 아빠는 줄 수 없는 승리의 희열과 패배의 분함을 팀원들과 겪어내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아이는 나와 아내의 손을 놓고, 도훈이와 현민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농구를 꿈꾸는 아이로 자기의 자리를 찾아 떠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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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인 듯 샤오룽바오인 듯…조지아에서 꼭 맛봐야 할 4가지
조지아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조지아에서 꼭 맛봐야 할 4가지 음식이 있다.지난해 11월 조지아 여행 때 들렀던 와인농장 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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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처럼…아날로그 감성으로 ‘찰칵’ [ESC]
2015년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를 봤을 때 깊이 매료됐다.피사체를 응시하는 렌즈와 셔터를 여닫는 렌즈가 한 몸체의 위·아래에 달려있어 두개의 눈을 가진 ‘이안'카메라로 불린다.직사각형인 35㎜ 필름 카메라와 달리 6*6㎝의 정사각형 사진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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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온천과 오래 우린 차…담백한 배려 넘치는 곳 [ESC]
플레인 크루아상이라 믿고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는데 좋아하지 않는 초콜릿 크림이 잔뜩 들어있을 때.미련 없이 온천을 나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지열곡을 보고 내려오는 길, 구글 지도에 ‘유황 계곡 유흥 지구'라는 곳이 보였다.30분 후에 오는 버스를 기다리느니 걸어가겠다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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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만화] 9화 나, 가족이 갖고 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