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면
북한이 항구에 강력한 방사능 해일을 일으키는 무인 잠수정의 핵 폭발 시험을 실시했다고 24일 밝혔다.북한의 핵무기 공격 수단이 미사일·잠수함에 이어 무인 잠수정으로 다양해지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노동신문은 북한이 2012년부터 핵을 싣고 수중에서 폭발하는 무인 잠수정을 개발했고, 2021년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해일'이라고 이름지었으며 이후 2년 동안 50여차례 시험을 거쳤다고 전했다.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국외로 추방할 때까지 계속 보호시설에 가둬둘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이 조항은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이 즉시 출국할 수 없을 경우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본국 송환이 가능해질 때까지 해당 외국인을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위헌제청 신청은 강제퇴거 명령과 동시에 보호 명령을 받은 외국인들이 냈다.
국내 저축은행의 지난해 연체율이 3%대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저축은행의 요적립액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13.3%로 전년 말보다 0.2%포인트,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은 113.4%로 13.5%포인트 각각 하락했다.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5957억원으로 전년보다 18.8%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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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가 여권의 전방위 압박에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회사 안팎에서 차기 대표를 뽑을 이사회 구성과 임시 경영기구의 성격을 놓고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구 대표나 윤 후보를 천거한 이사회의 대표 선출 절차에는 하자가 없었다는 주장이다.KT 관계자는 “윤 후보의 경우 공개경쟁 방식으로 뽑혔지만 비정상적인 외압에 의해 사의를 밝히게 됐다"며 “이번 일을 두고 이사회를 상대로 책임지라는 논리는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강제퇴거 외국인 무기한 구금 ‘헌법불합치’ 환영 목소리 “악법 사라져…한국 인권의 큰 진전”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을 보호소에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조항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피해 당사자와 시민단체는 “우리 사회 인권의 큰 진전"이라며 반겼다.외국인 구금제도 헌법 소송 대리인단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대리인단의 이상현 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을 받는 절차도 없이, 아동이나 난민의 취약성에 대한 고려 없이, 언제까지 가두겠다는 기약도 없이 외국인을 함부로 구금하는 악법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전력 남아도 나눠 줄 수 없으니 공장 쉬는 날, 태양광도 닫아라
정부가 다음달 사상 처음으로 전력 수요 대비 공급 초과를 이유로 태양광 발전을 강제로 중단한다.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수요에 따라 신속히 출력을 조정할 수 있는 석탄·액화천연가스 발전을 최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전력수급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올해에는 누적된 태양광 발전 증가로 전력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무엇보다 태양광 발전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낮은 호남·경남 지역에 집중된 점이 문제다.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24일 열린 ‘학교폭력, 사이버폭력 예방 캠페인'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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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무기 다양화·고도화 ‘착착’…한반도 군사긴장 고조
북한이 무인 잠수정을 동원한 핵무기 수중폭발 시험을 처음 공개하고 초저고도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군사정찰위성 등 새로운 전술·전략 무기를 시험하며 계획된 핵무력 고도화 단계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지난 21~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 아래 신형 수중 핵 전략무기체계 시험과 전술핵 공격용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휘했다고 노동신문이 24일 밝혔다.
북, ‘5대 전략무기’ 중 하나로 개발 공들여…잠항 시간 길어 남한 항구 전역 타격 가능
북한이 새로 공개한 무인 잠수정의 수중 핵무기는 국방력 발전 핵심 과업으로 제시된 주요 전략무기 중 하나다.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핵 무인 수중공격정은 59시간12분간 잠항하여 적의 항구를 가상한 홍원만 만수역의 목표점에 도달하였으며 시험용 전투부가 수중폭발하였다"고 밝혔다.손원일함의 초대 함장 출신인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북한 핵 무인 수중공격정은 무인 잠수체에 핵무기를 탑재한 것"이라며 “목표 위치에서 수중폭발에만 목적이 있으므로 ‘핵어뢰'가 적합한 용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 “영토 지킨 영웅들 영원히 기억” 전사자 55명 호명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서해수호의날을 맞아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기억하고 예우하지 않는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윤 대통령은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국민과 함께 국가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낸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 해군과 해병대 장병들은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 등 수많은 북한의 무력 도발로부터 NLL과 우리의 영토를 피로써 지켜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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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 넓힌 ‘검수원복 시행령’ 다시 논란
헌법재판소가 ‘검찰 수사권 축소법'이 유효하다고 결정하면서 ‘검수원복’ 시행령이 모법 취지에 반한다는 논란이 다시 불거지게 됐다.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사 수사권 침해는 중대한 문제라며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주도했지만 정작 헌재는 개정법으로 한 장관 권한은 침해되는 게 없다고 판단했다.한 장관과 검사 6명의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한 지난 23일 헌재 결정문을 보면, 각하 의견을 낸 재판관 5명과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 4명은 공통적으로 ‘개정법의 내용은 검사 수사권을 축소하는 것이었다'고 판단했다.
독소조항 논란 ‘고발인 이의신청권 박탈’ 조항 그대로 남아
헌법재판소가 지난 23일 검찰 수사권 축소법 권한쟁의심판에서 법 자체를 유지하는 결정을 하면서 독소조항으로 지목된 ‘고발인 이의신청권 박탈’ 조항 역시 그대로 남게 됐다.법조계에선 고발인 이의신청권 박탈 조항과 같은 검찰 수사권 축소법의 문제가 헌재에서 더욱 충실히 다뤄졌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에서 절차적 하자를 지적받은 만큼, 법사위가 고발인 이의신청권 박탈, 시행령 개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여 “의회 독재에 면죄부”…야 “검사독재 정권이 혼란 초래”
여야가 24일 ‘검찰 수사권 축소법’ 입법 과정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지만 법률의 효력은 인정된다는 헌법재판소의 전날 결정을 두고 이틀째 공방을 이어갔다.민주당에 대해서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였다"며 “심의·표결권 침해에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권한쟁의심판 청구인 중 한 명인 전주혜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의회독재에 제동을 걸어야 할 헌재가 오히려 날개를 달아줬다는 면에서 비겁한 결정"이라며 “주심이 중립적으로 심판을 봐야 하는데 한쪽 편만 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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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에 불지르고, 법원 난입…프랑스 ‘연금개혁 반대’ 격화
연금개혁 법안 통과 후 첫 총파업이 벌어진 23일 프랑스 전역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분노가 거세게 타올랐다.프랑스24는 “주요 도시에서 불을 지른 시위대는 평화적 시위를 호소한 노조 지도자들의 요구를 무시했다"고 전했다.로랑 베르제 프랑스 민주노동연맹 위원장은 대다수 시위대는 평화롭게 행동했고 폭력은 경찰과 일부 시위대 상호 간에 일어났다면서 “더 큰 비극이 발생하기 전에 국가가 연금개혁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최고경영자의 첫 의회 출석으로 화제를 모은 23일 미국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청문회는 미 정치권이 ‘중국 때리기'에서만큼은 초당적 행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청문회에서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선전 도구라는 의원들이나 중국으로 데이터가 넘어갈 우려는 없다는 회사 측이나 둘 다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워싱턴포스트는 의원들이 중국 정부가 틱톡을 악용해 미국 데이터에 접근하고 정치선전을 전개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하이브가 보유 중인 SM 지분을 카카오가 실시한 공개매수 참여로 처분해 1000억원대 안팎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하이브는 24일 보유 중인 SM 주식 375만7237주 전체를 카카오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15만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하이브 관계자는 “발행회사의 경영권 취득을 철회함에 따라 보유 지분의 공개매수 참여 후 일부 또는 전부 매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교촌치킨이 다음달 3일부터 일부 메뉴 가격을 최대 3000원 올린다.대표적인 외식 상품인 치킨 가격 상승으로 서민들의 지출 부담이 커졌다.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다음달 3일부터 소비자 권장 가격을 품목별로 최소 500원에서 최대 3000원까지 올린다고 24일 밝혔다.
LG엔솔, 미국 애리조나에 총 7조2000억원 투자…북미 최대 배터리 공장 짓는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애리조나주에 북미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LG에너지솔루션은 24일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 7조2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원통형 배터리 공장과 에너지저장장치 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총 생산능력은 43GWh로 북미 지역에 있는 글로벌 배터리 독자 생산공장 중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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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위조 여권에 ‘11개월 도피’ 덜미…국내 송환 미지수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도주 11개월 만에 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인터폴 적색수배, 여권 무효화 조치에도 여러 나라를 옮겨다니며 수사망을 피해 다니던 권 대표는 위조여권을 사용하다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붙잡혔다.검찰은 권 대표를 국내로 송환해 수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미국과 싱가포르 당국도 권 대표를 수사하고 있어 그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경합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가상통화 업계 유망주로 ‘한국판 머스크’ 찬사…폭락 이후 사기꾼 추락
몬테네그로에서 23일 체포된 권도형씨는 한때 가상통화업계 유망주였다.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와 연동돼 가치 변동이 적은 통화를 말한다.권씨는 테라의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자매 코인인 루나도 같이 발행했다.
“주 40시간에 맞춰 근로시간 개편을” 목소리 낸 청년들
15~39세 청년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제도 개편과 관련해 “주 40시간을 원칙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청년유니온은 24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간담회에 앞서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시간의 유연화를 한다고 해도 주 52시간이나 69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법정 근로시간인 40시간을 맞춰가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69시간을 던져봤다가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에서 몰랐다는 것처럼 재검토 지시가 내려오고 총리실에서는 다시 원점 재검토가 아니라는 발표가 나왔다. 이후에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했다가 다시 번복했다"며 “끝내 주 69시간 상한선을 되찾겠다는 것인지 일련의 번복 과정을 보며 모욕감마저 들었다"고 했다.
경찰이 24일 지난 총선을 앞두고 조합원들을 동원해 진보정당에 불법 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로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금품 요구나 채용 강요 등 건설현장 비리에 초점을 둔 노동조합 수사가 정치후원금 등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양새다.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와 경기 성남시 경기도건설지부 등 10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수색했다.
2023년 3월 25일 때때로 미세먼지 ‘나쁨’[오늘의 날씨]
2023년 3월 25일 때때로 미세먼지 ‘나쁨’ [오늘의 날씨
정순신 국수본부장 낙마 한 달…후임자 공모 방식조차 못 정해
경찰 수사를 지휘·총괄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공석 사태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6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국수본부장 공모 방식에 대해 “조만간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경찰 내부에서는 검찰 출신 정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만큼 조직 안정화 차원에서 후임 국수본부장은 내부 공모 방식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오늘의 부고 - 2023년 3월 25일
A8면
지난해, 유튜브 콘텐츠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 출연한 걸그룹 있지의 채령이 래퍼 영지와 ‘폭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이 화제였다.탈다이어트는 다이어트가 결코 몸을 날씬하게 할 수 없으며, 오히려 반복할수록 살이 찌기만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전면화한다.사실, 한 번이라도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은 안다.
한없이 올라가는 물가, 한없이 무거워진 마음[금주의 B컷]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조합원 등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에서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까지 공공요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행진했다.이날 행진 대열 앞에는 “공공요금 물가폭등"이라고 적힌 상자를 지게에 진 이들이 걸었다.지게 끝에 매달린 풍선들이 둥둥 뜬 채로 행렬을 이끌었다.
A11면
봄 내음 따라 갔지만 너 땜에 더 설렜지[지극히 味적인 시장]
김해 출장 잡히면 멸치국수 먹을 생각이 먼저 난다.그렇게 김해는 나에게 멸치국수의 도시다.멸치는 대가리와 내장을 따라고 한다.
A12면
냉전의 장벽은 무너졌지만…차별의 ‘性벽’은 아직도 높다[다른 삶]
새해가 시작되고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 더 정확히는 4월 ‘부활절 방학'이 올 때까지 베를린에는 이렇다 할 공휴일이 없었다.베를린은 독일 주정부 중 최초로 세계 여성의날을 공휴일로 지정했다.올해부터는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도 세계 여성의날을 법정 공휴일로 인정했다고 한다.
인간이 우리 존재를 눈치챌까 [도대체 작가의 토요툰
A13면
‘이슬람 과학 유산’의 발견…‘학문적 가난’ 유럽은 지적 욕구 채우다[이은수의 아이겐밸류 - 인간의 고유함을 되묻다]
연재글은 계속해서 ‘발견하다'라는 동사에 축적된 의미를 따라가고 있다.로마 제국의 서편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었을 때, 지적 유산들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지식의 전달자 역할은 제국의 동편과 그 너머의 더 동쪽, 오리엔트에서 맡게 되었다.7~8세기 무함마드의 가르침이 이베리아반도와 북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급격하게 확산돼 가는 동안, 이슬람들은 그들이 정복한 땅에 남아 있던 고대 지중해 세계의 지적 유산들을 마주하게 됐다.
A14면
"내 말도 봐주세요!" 농인 교실은 오늘도 '시끌벅적'[포토다큐]
아이들은 할 말이 있을 땐 “선생님! 내 말도 봐 주세요"라는 뜻으로 책상을 ‘탁탁’ 두드렸고, 이에 질세라 다른 친구도 “저도 할 말이 있어요"라며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김 교사는 “뒤늦게 ‘우리 아이는 왜 안 되지?‘하고 소보사를 찾게 만드는 환경이 안타깝다"고 했다.예빈이는 5년 전 처음 소보사를 찾기까지 구화로 할 수 있는 말은 한 단어였다.
A15면
‘기계 속 유령들’ 손에 세계의 운명이 달렸다…이게 뭔 소리인가 싶지만, 여전히 사랑[이종산의 장르를 읽다]
켄 리우의 첫 번째 단편집 <종이 동물원>을 읽었을 때는 그의 단편들이 누구나 무난하게 좋아할 법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데이터센터 속에 사는 인물들이 말보다 이모티콘 쓰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긴다는 것은 켄 리우의 귀여운 아이디어다.<종이 동물원>에 담긴 켄 리우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좋아했던 나에게 거창한 세상론을 시니컬하게 풀어나가는 소설들이 묶인 두 번째 단편집은 사실 조금 아쉽다.
A16면
‘혁명의 불’은 왜곡된 가격의 ‘나비효과’다[책과 삶]
2011년 중동 지역을 뜨겁게 달구었던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은 흔히 부패한 권력과 정의로운 시민의 대립으로 해석된다.그는 “연쇄 위기를 촉발한 하나의 계기를 가격에서 찾았다"며 이를 ‘날갯짓하는 나비'에 비유한다.원자재 가격이 급변할 때마다 대기근과 난민, 폭동과 혁명, 부정부패와 빈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한 2020년 초, 확진자들은 신상털이에 시달렸다.환자들은 병에 걸려 죽는 것보다 사회적 비난을 더 두려워했다.<플레이밍 사회>의 저자인 이토 마사아키 세이케이대 교수는 “연대 책임을 따지며 공동체 질서를 지키는 일이 중시되는” 전체주의적 사고와 “자기 책임이 요구되어 각자가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의 끔찍한 측면이 뒤섞여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고 해석한다.
한성신보가 기획한 근대 한국의 표상 外[새책
노이즈 캔슬링으로 나만의 음악?…폭 넓은 소음에 귀 기울여보자[책과 삶]
버스나 지하철에는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착용한 사람이 태반이다.멜론, 유튜브, 지니 등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다.크루코프스키는 재즈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가 마이크와의 거리를 이용해 음색을 변주했던 기교를 디지털 음원에선 제대로 들을 수 없고, 통화 상대의 비언어적 소리가 사라져 그의 존재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날아라, 민들레”…보도블록 틈새에서 빌딩숲 가장 높은 곳으로[그림책]
빌딩들은 경쟁하듯 하늘 높이 솟아 있고 가로수의 가지는 대기를 움켜쥐듯 위를 향해 뻗어 있다.후… 아이의 입김을 타고 민들레는 날아오른다.민들레 홀씨가 나풀나풀 도시 곳곳으로 흩어진다.
A17면
피할 수 없는 인간의 고통, 어떻게 극복할까[책과 삶]
세상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인간에겐 이를 개선하거나 바꿀 수 있는 힘이 없음을 겸허히 인정한다.이는 “개인의 고통을 더 큰 틀에 놓고 볼 수 있게” 하는 일이다.기독교를 유대인의 민족 종교에서 세계인의 보편 신앙으로 탈바꿈시킨 바울로는 생전 메시아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난임 병원에서 만난 여성들, 서로를 위로하다[책과 삶]
얼마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온나라가 걱정을 했다.국민의힘에서는 20대에 아이 셋을 낳은 남성의 병역을 면제해주자는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를 냈다가 철회했다.<헬로 베이비>는 난임 여성들이 단톡방과 맘카페의 시술 게시판에서 세상과 가족에게 받지 못한 ‘위로'를 받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싱싱한 초록’에 담긴 ‘제주’의 평화[책과 책 사이]
지난해 여름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동양화가 김보희의 ‘더 데이즈’ 전시를 보러 갔다.제주의 푸른 바다와 풍경을 담아낸 그림들은 마음을 쉬게 하는 부드러운 힘이 있었다.김보희는 초록 풍경 속에 빨간 커피잔을 그려놓곤 하는데, 그 작은 커피잔 덕분에 마치 그림 속으로 초대받은 느낌을 주었다.
사람 사는 일은 평생 똥 잔치다 밥잔치다[토요일의 문장]
자기 몸과 의지로 배설을 처리할 수 없는 환자와 그 잦은 배설 처리를 감당해야 하는 간병인을 두고 먹고살기를 떠올린다.돌멩이 삼키듯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 앙상한 나무젓가락 분지르며 급식소 밥을 먹는 노인, 소주병값 1000원을 달라는 역전 노숙인, 야근수당 없이 야간 항해 중인 어부를 응시한 시에서 절망과 희망 어디에도 마음 두지 못한 채 이어가야 하는 ‘살아가기'를 생각한다.송유미는 200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이웃 사촌'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되고 있다.이웃 사촌의 중요성과 가치를 아는 사람들, 또 이웃 사촌이 되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많다.<이웃집 방문 프로젝트>의 저자인 독일의 슈테파니 크비터러도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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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 버스와 신사로 유명한 도시, 영국의 수도 런던을 찾아간 피터와 아이들.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피터는 들뜬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영국에 관해 설명해주고, 모교인 공립 종합대학 ‘킹스 칼리지'까지 찾아간다.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딸 엘리는 화를 내기 시작하고, 피터는 뾰로통한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시네마 <버티칼 리미트> = 세계 최고의 산악인 로이스는 어느 날 아들 피터와 딸 애니, 그리고 자신의 대원들과 함께 암벽 등반을 간다.한국영화특선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 = 한때는 모범 경찰이었으나 지금은 잘나가는 브로커 필재.사건 수임이 끊이지 않아 ‘신이 내린 브로커'로 불리는 필재와 그를 모시며 일하는 변호사 판수에게 어느 날 사형수로부터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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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두통학회 회장 “군발두통 산소치료, 우리도 건보 적용 시급”
군발두통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심한 통증 중 하나로 꼽힌다.조수진 두통학회 회장은 24일 “군발두통은 100% 산소치료로 통증이 개선되므로 국내에서 산소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시급하다"면서 “이를 위하여 환자, 의료진, 정치인, 공무원들이 같이 참석하는 공청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조 회장은 “군발두통이 산소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정되고, 군발두통 치료를 하는 신경과 의사의 가정산소처방의 권한이 인정되어 군발두통 환자들이 쉽게 산소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방치 땐 관절을 넘어 온몸 침범[의술인술]
50대 초반의 성공한 변호사가 필자의 진료실로 목발을 짚은 채 심하게 부은 왼쪽 발을 보이며 “제발 아프지 않게만 해달라"고 거의 울다시피 부탁했다.과음과 과식을 절제하는 것 역시 통풍의 치료에 중요하다.필자에게 입원했던 그 변호사는 통풍에 대한 교육을 받고, 소염제와 요산저하 약물로 치료를 시작하면서 관절통은 호전되었다.
치과 교정학 권위자 국윤아 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치과 교정학 분야의 권위자인 국윤아 원장이 최근 열린 대한치의학회 제6회 사단법인 정기총회에서 ‘치의학 학술연구를 통하여 국민 구강보건 향상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국 원장은 서울성모병원 재직 당시 ‘비발치 교정'이라는 새로운 치료방식을 고안해 여러 세계적 학술지에 잇달아 연구논문을 게재, 그 효과와 유용성을 입증했다.
기생충의 신비로움 담은 ‘마이크로 패턴과 추상’ 전시회
한국건강관리협회가 운영하는 기생충박물관이 기생충의 신비로움을 담은 ‘Parasite, 마이크로 패턴과 추상’ 전시회를 오는 6월30일까지 개최한다.전시작품은 기생충 주제의 마이크로 패턴 사진 작품들이다.연세대 보건과학대학 명예교수이자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인 양용석 작가가 오랜 기간 인류와 함께한 기생충을 마이크로 패턴과 아름다운 이미지로 재구성했다.
KGC인삼공사 천연물효능연구소와 수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유현 교수 공동연구팀은 24일 “홍삼오일이 전립선 세포 증식 및 관련 효소의 조절을 통해 전립선의 무게를 감소시킴으로써 전립선비대증을 개선한다"고 밝혔다.전립선 특이항원을 측정한 결과, 전립선 비대를 유발한 대조군은 정상군보다 약 64% 높았으나, 홍삼오일 100㎎/㎏ 섭취군은 정상군과 유사한 수준으로 감소했다.그 외에도 홍삼오일은 전립선 비대를 유발하는 전환효소 및 호르몬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성장인자 등이 유의적으로 개선됨을 확인했다.
박익성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연구부원장이 지난 19일 대한뇌혈관외과학회 회장에 취임했다.박 회장은 “전국에서 발생하는 응급 중증 뇌혈관질환 환자를 발생 지역에서 적시에 치료하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실현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며 “학회 회원들이 국민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써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뇌혈관외과학회 활동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이 지역 주민을 위한 ‘세계 녹내장주간 기념 건강강좌'를 이달 29일 낮 12시, 원내 순의홀에서 개최한다.녹내장은 높은 안압 등 여러 원인으로 시신경이 손상되어 발생하며, 조기에 발견해야 실명을 막을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이날 이시형 안과 교수가 강연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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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을 하얗게 물들인 불빛과 울려 퍼지는 아리랑이 클린스만호를 위로하는 듯했다.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처음 잡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환희와 아쉬움을 동시에 남긴 데뷔전에 쓴웃음을 지었다.지난달 한국 축구의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해 3년5개월 임기를 보장받은 클린스만 감독은 데뷔전에서 장단점을 확인하며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향해 출항했다.
겨우내 독하게 준비한 삼성이 봄부터 무서운 기세를 펼치고 있다.박 감독은 “후반에는 젊은 선수들이 나가고 있는데, 그 선수들이 마무리 훈련부터 점차 자기 것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선수층도 조금씩 두꺼워지고 있다"고 말했다.이날 경기에서도 삼성은 주전급 아닌 선수들이 활약한 덕에 승리했다.
롯데 ‘성범죄 서준원’ 즉각 팀 퇴출…KBO 징계 수위에 관심
롯데 투수 서준원이 어처구니없는 짓으로 한국야구위원회에 숙제를 던졌다.롯데는 지난 23일 “서준원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법행위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현재 검찰로 이관됐음을 확인했다"며 “검찰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최고 수위인 퇴단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서준원은 2019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롯데의 기대주였다.
‘우리 천하'를 만든 주역 김단비는 지난 23일 여자프로농구 통합 우승과 함께 생애 첫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를 수상한 자리에서 “농구하길 잘했다"며 웃었다.김단비는 “내가 생각하는 MVP는 박지현"이라며 “내가 어린 선수에게 의지했다. 앞으로 박지현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김단비가 장담할 정도로 박지현은 데뷔 5년차인 올해 눈부시게 성장했다.
‘기록 제조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A매치 최다 출전,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호흡하는 해리 케인도 이 대회에서 잉글랜드 국가대표 최다골 기록을 새로 썼다.케인은 24일 이탈리아 나폴리의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C조 1차전에서 전반 44분 페널티킥 골을 넣었다.
현대캐피탈, 한전과 풀세트 접전 끝에 PO 1차전 승리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이 챔피언결정전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공이 누구의 손도 맞지 않고 한국전력 코트에 떨어지면서 현대캐피탈의 득점.이어 한국전력 임성진의 퀵오픈 공격이 라인 밖으로 나가 1세트를 현대캐피탈이 따냈다.
이해인, 피겨 세계선수권 ‘은’…김연아 이후 10년 만에 메달
“언제나 긍정적이고 밝고 착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던 그는 소망을 이루는 길에 항상 스케이트와 함께하고 싶어 했다.한국 피겨 선수가 올림픽 다음으로 권위 있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시상대에 오른 것은 2013년 김연아 이후 10년 만이다.이해인은 2022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개인 최고점도 7.42점이나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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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를 부리며 권력과 야합하는 무리를 한국교회는 지켜보고만 있다.아마 자신들도 이미 권력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성서를 벗어나 세상과 타협하는 목사들, 그들을 따라 교회 밖에서 고함치는 신도들.
진해·부산·평택 해군기지는 물론 주일 미군기지와 미국 핵 항공모함까지 겨냥한 무기체계인 셈이다.바닷속에서 핵탄두를 터뜨려 방사능 쓰나미를 일으킴으로써 해군기지를 파괴하겠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앞서 북한은 지난 22일 모의 핵탄두를 탑재한 전략순항미사일 4발을 1500~1800㎞ 비행시킨 뒤 동해 목표지점의 600m 상공에서 폭발시켰다.
지난 20일부터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팬데믹 이전으로 일상이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돌아보면 너무도 긴 암굴의 시간이었다.19세기 장기 불황기에 활동한 빅터 뒤브레일의 경우, ‘돈'을 그렸다.
고양이는 달리 갈 곳이 없었다.그러다 훨씬 돈도 많고 집도 넓은 사람이 나타나, 조금 아쉬워하고 많이 안도하며 고양이를 보내줬다.여름이는 먼지가 많은 창고에서 태어났고, 병원도 없는 곳에서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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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의 경제읽기] SVB 사태는 찻잔 속의 태풍일까?
인플레이션 불안 속에서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경기 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이른바 ‘노 랜딩'에 대한 기대가 힘을 얻고 있었다.SVB 파산 과정에서 보듯, 문제의 핵심은 예금 인출 사태가 닥치면 보유한 장기 국채를 매각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매각 손실이 확정되면서 은행의 자본이 위협을 받았다는 것이다.하지만 SVB와 달리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IT기업들뿐 아니라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4%, 더불어민주당은 35%를 기록했다.전당대회가 최고조에 있었던 3월 첫주에 39%를 기록한 여당의 지지율은 3주 연속 하락·정체하고, 두 달여 만에 민주당에 다시 뒤졌다.윤석열 대통령의 방일과 주 69시간제 후폭풍이 겹친 결과이기도 하지만, 정면충돌하는 대통령실과 야당 사이에서 여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잃은 탓이 커 보인다.
[사설] ‘적반하장’ 한동훈, 국민에 사죄하고 검찰 권한 축소해야
헌법재판소의 ‘검찰 수사권 축소법’ 합헌 결정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놓고 반발했다.한 장관과 검사들이 ‘검찰 수사권 축소법’ 때문에 권한을 침해당했다고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헌재가 내린 핵심 결론은 수사권이 검찰에만 독점 부여된 권한이 아니라는 점이다.헌재는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줄인 것이 한 장관과 검사들의 권한을 침해할 일도 없다고 판단했다.
[사설] ‘외국인 무기한 구금 불법’ 헌재 결정 환영한다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을 보호소에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이주 구금 상한 제도를 도입하고 외국인이 제3의 독립기관을 통해 구금의 적법성을 심사받는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법무부는 외국인보호소를 개방형 시설로 바꿔 나가겠다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인권 침해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그들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를 똑똑히 바라보고, 그들이 사랑하는 여성국극을 함께 사랑해 줄 동료를 찾고, 자신의 이름을 극본에 틀림없이 새겨 넣으며, 그들의 노래와 몸짓이 놓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를 택한다.정년이와 매란국극단의 이야기가 끝을 향해 갈수록 정년이와 영서, 부용이의 이름으로 노래하던 국립창극단의 얼굴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게 됐다.이것은 <정년이>의 서사이기도 하지만 이소연과 조유아, 황윤정, 김우정, 김미진, 서정금, 민은경, 김금미, 이연주, 그리고 그 무대에 오른 모든 여성이 지녀온 그들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을 것이다.